나무 목의 인생담

어찌할 수 없는 마음 본문

꽃다운 육아 고찰 /엄마, 모두가 처음

어찌할 수 없는 마음

영화로운 나무 2022. 3. 23. 16:26

내 아이의 말끔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단순한 흐뭇함을 넘어선 경이로운 마음이 든다.

나를 짜증나게 했던 그의 칭얼거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와 내 마음 속에서 동시에 자취를 감췄다. 

이 세상 제일가는 마술사.

 

내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표현하고자 하면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

나름 긴 글을 쓰고 꽤 유려한 표현들을 떠올려 쓰는 것에 자신이 있지만 그러한 자신감 따위는 그의 화려한 얼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언제면 내가 너를 충분히 언어로 그려내 이 세상에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은 할까. 

 

예뻐. 너는 예쁘지.

왜 이렇게 예쁠까. 어떻게 내 뱃속에서 이런 아이가 나왔지?

요즘에 이런 엄마를 도치맘이라 그런다지.

하지만 나는 이런 말을 비단 너의 예쁨을 주체하지 못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야.

나는 정말로 그런 의문을 품기도 해.

 

어쩌면 좋을까.

이렇게 무한히 예쁘고 아름다운 너를 나는 어쩌면 좋을까.

이 세상은 너를 감당할 수 있을까.

너는 이 세상을 감당할 수 있을까.

 

너로 인해 내 세상이, 이 모든 세상이 정말로 다 바꼈지만,

어쩌면 이 세상은 그대로이기도 해. 

그래서 겨우 내 마음에 일렁이는 아지랑이 같은 간지러움을 가라앉히고 다시금 평온한 세상에 기대어 너를 가만히 봐. 

결국은 어떻게도 충분히 너를 표현할 길은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그래도 내 마음은 너로 인해 일렁이고 간지러우니까 언젠가 한번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내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적어도 너에게만이라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할텐데. 

나는 이 세상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은 나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슬프게 생각하다가도 

어쩌면 온 세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엄마는 그렇게 겨우 어른인 척 너를 보고 있는데 

너는 어쩌면 나도 아이인 척 미소를 지어 줄테야. 

 

고마워, 나의 작은 아이.

너는 너무 아름다워.

나의 우주. 

나의 세상보다 더 큰 범주. 

이렇게라도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어찌할 수 없는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또 고민하는 낮. 

'꽃다운 육아 고찰 > 엄마, 모두가 처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러모로, 대성통곡.  (0) 201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