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목의 인생담

탄생, 그 경이로움. 본문

꽃다운 육아 고찰

탄생, 그 경이로움.

영화로운 나무 2017. 5. 13. 02:42

아이를 낳는 그 순간,

그 순간의 기억을 담고 싶다.

 

 

출산을 하고 친구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얼마나 아파?'다.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 구체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출산 전에는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관해 진지하게 상상해본 적이 없다. 추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얼마나 아플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프기야 하겠지. 근데 '얼마나' 아플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엄마한테 물어본 적 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아팠어?'라는 당연하고 뻔한 질문을 기대한 나에게 꽤 많은 친구들이 대체 '얼마나' 아프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신나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아프긴 진짜 아프다.

근데 그 아픈 정도가 말로 글로 아무리 해봐야 표현이 안될 정도로 아픈 것이다.

차원이 다른 아픔이랄까.

이 세상에 출산보다 더한 아픔은 대상포진밖에 없다는데 그 정도면 조금이나마 더 잘 이해가 될까.

아이가 나오는 부분이 찢어지는 것 마냥 아프다는 말도 잘못되었다.

왜냐면 그부분이 찢어져도 사실 모른다. 나 또한 조금 찢어져서 아이가 나오고 난 후 조금 꼬맸는데 찢어지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만큼 아프다. 그래서 살이 찢어지는 것도 모를만큼 아프다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 참고로 아이가 나올 때 어차피 찢어질 것이고, 미리 찢어놓아야 출산이 수월할 수 있어서 아이가 나오기 전에 미리 양옆을 조금씩 절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출산하는 조산원에서는 안 찢어지도록 낳는 것을 도와주고 또 권장한다고 하여 미리 절개하지는 않았다. 힘 조절을 잘하면 안 찢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나같이 힘 조절을 전반적으로 잘했어도 잠깐잠깐씩의 힘든 순간이 그부분을 찢어지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이런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출산을 위해 자궁문이 열리는 과정에서, 또한 자궁문을 아기가 통과하는 과정에서 자궁과 이를 둘러싼 양옆 뼈들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괜히 내몸의 모든 뼈가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근육이든 혈관이든 뭐든 간에 하여튼 내 몸 안의 무언가 하나는 터질 것만 같은 불안함도 든다.

말로야 이렇게 지나가고 나니 차근차근 하고 있지만 힘을 주고 빼는 그 긴박한 시간에는 그냥 온갖 잡생각 대신 내 이 한몸 걱정에 소리를 지르면서도 아니고 그냥 진심을 다해 조근조근, 그러나 재빠르게 조산원 원장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아, 아, 원장님, 근데 이거 이정도로 아프면 안되는 거 아니예요??"

출산이 처음인 나로서는 아기가 이렇게 나오는 게 정말 맞나? 하는 귀여운 의구심까지 들었다.

그게 한번 정말 극심하게 아프고 아기가 쑤욱~ 나온다면 안그럴텐데 그렇게 극심하게 아픈 고통이 여러번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기의 둥글둥글한 머리가 자궁에서 느껴지고 있는데, 그 머리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그렇게 움직이다 자궁문을 쏘옥~ 통과하면 이제 끝일 것만 같은데 다시금 안으로 쑹~하고 들어가버릴 때 나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아, 아픈 거야 알았지만. 그래, 더구나 출산의 고통이 이정도로 안아프면 안돼지! 하며 꾹 참긴 하지만 이렇게 '여러번' 반복되는 싸움인 줄은 잘 몰랐던 것이다.

 

나는 벌써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아주 굳게 다짐해버렸다.

'아, 정말 아이 다시는 안 낳아. 네가 마지막이다!'

그런데 정말 또 우스운 것이

아기가, 한 생명이, 그 작고 무거운 머리통이 내 자궁문을 통과하고 모든 몸의 구석구석이 마치 자연의 이치대로 차례차례 빠져나오는 순간 자식 새끼가 두명, 세명인 부모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만다.

 

'아, 이래서 또 낳는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