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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의 일기 Diario (6)
나무 목의 인생담

3주 전 오일장에서 금붕어 세 마리를 데려왔다. 엄연히 말하면 한 마리당 1,000원씩 주고 사온 거지만 생명을 “산다”는 표현이 싫어서 데려왔다고 말한다. 사실 처음 계획은 두 마리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작은 수조도 샀다. 그 수조 안에 금붕어 두 마리를 넣어달라고 했다.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오일장 금붕어 가게 아저씨는 두 마리를 요청하는 내 말에 “세 마리?”라고 대답아닌 대답을 하셨고 줏대없고 강단없는 나는 “그 수조 안에서 세 마리가 살 수 있나요? 두 마리면 충분할 거 같은데..“하고 말끝을 흐렸고 할아버지는 충분히 산다고 대답만 안했지 그런 의미의 강력하지도 않은 끄덕임을 대충 보여주시고는 고대로 세 마리를 수조 안에 후루룩 넣으셨다. 아직도 조금 의문인데 내가 요청하기도 전에 세 마리가 적..

어제까지는 너무 더웠다. 여름마다, 특히 9월 중순엔 항상 하는 지겹지만 너무 적절해서 꼭 필요한 말. “와, 아직까지 덥네. 언제까지 더우려나?” 뭐, 언제까지 더운지 알면 어쩌려고. 어쩌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이말을 지겹도록 반복한다. 그렇게 올해 9월 중순의 일상도 작년, 재작년의 9월 중순과 같이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내 이말이 지겹지 않을까. 그들을 더욱 덥거나 짜증나게 만드는 것는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나를 위해서든 그들을 위해서든 그말을 하는 대신에 이 끝더위의 찐득찐득함을 포용하고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을까. 혹은 적어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덜 지겨운 말이 있을까? 그러다 라디오에서 가을이라는 계절을 표현하는 말을 들..

2023년 설 연휴의 끝자락, 제주에 폭설이 내렸고 수십개의 항공편이 결항되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 아닌가. 설 연휴 동안 하얀 눈 실컷 감상하는 한이 있더라도 연휴 끝에는 다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다니 말이다. 그래도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는 사람들을 그리 오랫동안 붙잡을 생각이 없다. 남녘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지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루이틀이면 다 녹아 없어지니까(물론 비행기 결항은 눈보다도 거센 바람이 더 주요한 원인이지만). 그런데 웬걸- 역시나 내가 사는 바닷가 동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얀눈이 다 녹아 없어졌지만 그후 겨우 삼일만에 다시 내리고, 다시 쌓였다. 그것도 매우 소복이. 쌓인 눈을 좋아한다. 제주에는, 제주 바닷가 동네에는 눈이 쌓여있는 기간이 항상 길지 않으..
시간 : 2021년 11월 22일 아침 9시 반. 날씨 : 흐림. 우중충한 구름이 반, 중간중간 햇빛 머금은 맑은 하늘이 반. 여하튼 미세먼지 데려가 줄 비는 안오고.. 기분 : 요상함. 우중충함.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매우 좋은 것도 아님. 코로나 때문에 멀리 여행을 못 간 지 꽤 되었다. 나의 이 요상하고 우중충한 느낌은 과연 그런 것에서 오는 결핍일까. 그래도 작년 여름에는 지후랑 우도에 가서 1박까지 하고 오고 이번 여름에는 이 바다 저 바다 많이도 가서 놀았는데 단순한 여름시간*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어젯밤에는 2019년의 사진을 들여다보다 잠을 잤다. 지후랑 스페인으로 떠났던 여행 사진들이었다. 너무 예쁜 우리 모습에 행복했다. 그리고 지후한테 너무나도 고마웠다. 지후는 정말..
2019년 3월 어느 날의 일기. 일을 하다가 바람을 쐬러 나갔다. 다행히 근처에 공원이 있으니. 바람은 불지 않았다. 바람이 불 것 마냥 온 하늘이 회색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비가 온 후라 공기가 촉촉했다. 큰 비는 아니었고 그저 보슬거리는 가벼운 비였으리라. 흙밭이 푹 푹 꺼지지는 않아서 들판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에까지 도달했다. 나를 그리로 이끈 것은 놀라움이었다. 이렇게 낮고 작은 나무가 벚나무였다니! 내가 지금껏 봐 온 벚나무와는 사뭇 달랐다. 내 고향 제주에는 키 크고 가지가 풍성하게 뻗어나간 벚나무들 천지인데 어찌 이리 내 키만치 작고 가지가 엉성한지. 그동안 오가며 자주보던 그 나무에 봄을 알리듯 쭈뼛쭈뼛 피어난 벚꽃을 보고야 알아챈 것이다. 그마저도 비에 젖었지만 그래도..
오늘 일터에서 폰으로 간간히, 그러나 요즘은 자주 뜨는 속보를 접했다. 세간의 화제인 정유라 체포 소식 -드디어 되어야할 것이 되었구나! 짧은 환희와긴 환란의 연속. 그녀가 그간 터트렸던 수많은 발언들이,우리를, 아주 평범하게 살아 온 우리들을,나를 믿고 열심히, 우리가 발 딛고 살아 온 이 사회를 나름 착실히 믿고 살아 온 우리를 경박하고 간단한 말들로 짓밟아버린 그녀가 너무 미웠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허무하기도 하고,아직 죄값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녀를 이미 심판한 듯 괜히 통쾌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정유라가 온갖 정당한 비판과과도한 비난을 한몸에 받을 때부터 계속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다. 그녀는 그렇다치고그녀의 아들은? 나는 지금도 그녀의 아들이 어찌 있는가 괜히 걱정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