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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작은 금붕어의 죽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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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작은 금붕어의 죽음

영화로운 나무 2024. 2. 18. 20:41

3주 전 오일장에서 금붕어 세 마리를 데려왔다.
엄연히 말하면 한 마리당 1,000원씩 주고 사온 거지만 생명을 “산다”는 표현이 싫어서 데려왔다고 말한다.

사실 처음 계획은 두 마리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작은 수조도 샀다. 그 수조 안에 금붕어 두 마리를 넣어달라고 했다.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오일장 금붕어 가게 아저씨는 두 마리를 요청하는 내 말에 “세 마리?”라고 대답아닌 대답을 하셨고 줏대없고 강단없는 나는 “그 수조 안에서 세 마리가 살 수 있나요? 두 마리면 충분할 거 같은데..“하고 말끝을 흐렸고 할아버지는 충분히 산다고 대답만 안했지 그런 의미의 강력하지도 않은 끄덕임을 대충 보여주시고는 고대로 세 마리를 수조 안에 후루룩 넣으셨다.
아직도 조금 의문인데 내가 요청하기도 전에 세 마리가 적당하다 싶어 망에 퍼 올리신 건지 내 요청 후 한 마리를 더 데려가라는 희망을 담으신 건지 그냥 막 집다가 세 마리가 건져진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그렇게 금붕어 세 마리를 데려왔다.

이 세상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 금붕어에 대한 책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때문일까.

우리는 세 마리 중 가장 작은 금붕어를 잃게 되었다.
3주만의 일이었다.
금붕어 한 마리의 가격은 놀랍도록 저렴했다. 단돈 천원.
나는 정말 놀랐다. 정말 놀라는 나를 보며 언니가 말했다. 금붕어는 빨리 죽기 때문에 그렇게 싼 거라고 했다.
그게 그 이유가 될 수 있나?
나는 그 할아버지가 가진 금붕어가 원채 많은데 잘 팔리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했지만 그것도 딱히 이유는 될 수 없는 것 같았다.

아이는 울었고 나는 20여년 전쯤 열대어를 잃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나를 떠올렸다.
죽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금붕어와 열대어는 큰 차이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의 마음이 닿는 곳 촉촉한 흙에 묻어주고 우리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아이는 또 울었다. 그래서 좋은 흙에 묻어주었으니 분명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더 없이 좋은 곳이라는 말은 아이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금붕어를 묻은 후 언덕을 내려오면서 아이에게 “거봐,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지?”라고 한 마디 덧붙이려다가 이런 훈계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꾹 참았다.

그리고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너를 잉태하고 너를 낳기로 결정한 순간의 나의 경이로움, 불안, 책임감.

아무리 작고 연약한 금붕어라도 죽이지 않고 오래 키우는 방법에 관한 공식이 있다면 좋을까.
키우던 금붕어가 죽었을 때 그 큰 상실감과 절망감 빠진 아이에게 해주면 가장 좋은 말을 써내려간 책이 있다면 좋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나약한 엄마는 아이를 몇번이고 껴안고 그 눈물을 팔뚝에, 어깨 아래에, 배 언저리에 받아내었다. 그리고 근처 절간에 가서 아이와 함께 절을 하고 기도했다. 내 소원을 빌면 되냐고 해서 금붕어가 죽었는데 네 소원이 무슨 상관이냐고 장난반 진담반 핀잔을 주며 죽은 금붕어의 편안한 안녕을 빌라고 했다.

나의 가장 큰 감정은 무엇일까 찾아해맨다.
안타까움, 아쉬움, 사랑스러움, 배웠으면 하는 마음, 후회, 궁금함, 불안.

언제부터 슬픔이 사라진 어른이 되었을까.

나도 정말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