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목의 인생담

무언가 우중충하니 좋지도 나쁘지도 아니한 날. 본문

나/나의 인생, 일기

무언가 우중충하니 좋지도 나쁘지도 아니한 날.

영화로운 나무 2022. 2. 9. 10:01

시간 : 2021년 11월 22일 아침 9시 반. 

날씨 : 흐림. 우중충한 구름이 반, 중간중간 햇빛 머금은 맑은 하늘이 반. 여하튼 미세먼지 데려가 줄 비는 안오고.. 

기분 : 요상함. 우중충함.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매우 좋은 것도 아님.

 

 코로나 때문에 멀리 여행을 못 간 지 꽤 되었다. 나의 이 요상하고 우중충한 느낌은 과연 그런 것에서 오는 결핍일까. 그래도 작년 여름에는 지후랑 우도에 가서 1박까지 하고 오고 이번 여름에는 이 바다 저 바다 많이도 가서 놀았는데 단순한 여름시간*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어젯밤에는 2019년의 사진을 들여다보다 잠을 잤다. 지후랑 스페인으로 떠났던 여행 사진들이었다. 너무 예쁜 우리 모습에 행복했다. 그리고 지후한테 너무나도 고마웠다. 지후는 정말 예쁘다. 다들 내가 지후 얼굴이 예뻐서 예쁘다 예쁘다 하는 줄 알겠지만 아니, 지후는 나에게 존재 그 자체가 너무 예쁜 것이다.

 나는 이 감사한 존재와 또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일 뿐일까. 어여쁜 지후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카페에 왔다. 지후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적당한 방법으로 표현할 길이 당최 없다. 지후가 교문을 들어서기 전에 얼른 꼬옥 품에 안아주었다. 그리고 지후는 아마 추측컨대 다른 친구들 앞에서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인지 부지런히 학교로 들어갔다. 사실 지후는 매일 매우 부지런히 학교로 들어간다. 아주 조금 섭섭할 때도 있지만 기특한 마음이 더 크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학교를 좋아해서 뿌듯하기도 하다. 

 카페로 걸어오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 하던 그 생각.

 지후는 언제 나를 떠나게 될까. 언젠가는 떠나겠지. 근데 정확히 언제가 될거냔 말이다. 정확히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함에도 가끔은 그게 그토록 답답할 수가 없다. 슬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때 내가 올곧게 서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겠지. 과연 아무렇지도 않을까. 그래 우선 내가 올곧게 서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게 먼저겠지. 

 그래서 나는 지후를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 미래를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폭풍이 불어닥치기 전이라 벌벌 떨고 있다. 사실 폭풍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왠만하면 그럴 것 같다.

 

 

* 여름시간 : 여름휴가와 같은 의미. 휴가는 왠지 일할 때만 써야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휴가를 대체하여 시간이란 말을 넣어 쓴다. 뭐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지만. '여름시간'이 더 정이 가니까. 여름시간에는 주로 바다에 가고 또 바다에 간다. 우리 가족은 바다를 좋아하므로 여름시간을 보낸다는 건 매일같이 바다에 가서 햇빛을 쬐고 모래놀이를 하고 수영을 하는 그런 매우 전형적인 바다놀이를 실컷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