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목의 인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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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아일랜드

2011.Spring.Dublin.Malahide

영화로운 나무 2018. 5. 6. 09:15

말라하이드는 더블린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더블린과 아주 가까운 데다 바다와 맞붙어 있어 세번쯤 갔던 것 같다. 뭐, 더블린도 바다와 맞붙어 있긴 하지만서도. 

우중충한 날에도. 하얀 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햇빛이 찰랑찰랑 거리던 날에도.


사실 이곳은 말라하이드 캐슬로 유명하다. 나도 그걸 보러 처음에 갔다. 

그 캐슬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날 하늘은 빼곡히 회색빛, 그런데도 어쩜 이리 고즈넉하고 따뜻하던 지. 

이런 분위기가 좋아 그 작고 작아 별볼일 없던 마을을 또 찾았던 것 같다. 

노부부. 

멀리 서서 잠깐씩 서로를 카메라에 담는 그 별것도 아닌 행동이 나는 왜 이렇게 설렐까.  

입구에서 캐슬을 가까이 마주하고 보면 이렇다. 

아래 사진은 다른 날 가서 찍은 거다. 바로 햇볕이 들던 날.

하늘이 회색빛일 땐 잘 몰랐는데 

유난히 회색인 성과 파이란 하늘, 여름을 목전에 두고 한층 더 푸르러가던 초록빛의 나무와 덤불들의 대비가 꽤 강하다.

저 하얀색 테두리를 두른 창문을 통해서 본 바깥 풍경은 어떨까. 궁금했다.

바깥에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대지가 성 크기에 비해 너무 드넓어서. 

지금 사진으로만 다시 보려니 조금은 답답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저 격자무늬 창살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부를 구경할 저 당시에는 그저 좋았던 것 같다. 바깥이 이렇게 보인다는 것이. 단지 그것만이. 



이 성에서 8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를 이어 지내온 탈봇 가문의 방.


뜻밖의 이런 아기자기한 소품이라니!


서재 같은데 책보다 화려한 꽃벽화가 눈을 사로잡았다. 

사진 화질이 참.. 안타까울 뿐!

사실 나는 이런 데 내부를 구경할 때 꼭 안보다 밖에, 더 정확히는 안에서 밖이 보이는 그 풍경에 끌린다.


말라하이드 캐슬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캐슬'하면 아무래도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나에게는) 강한데 말라하이드 같은 경우는 성 모양 자체는 아주 기본적이고 전형적이지만 그 주위에 나무와 덤불, 풀과 숲이 둘러싸여 있어서 꽤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물론 성이 넓디 넓은 들판 한켠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느낌도 있지만 주변에 현대적 건물이 듬성듬성 혹은 빼곡히 들어차있는 것보단 이편이 훨씬 더 낫다. 

날 좋은 날엔 저 푸른 잔디 위에 누워 아무 생각없이 쉬었다.

그러고 있노라면 내 마음과 머리, 주변의 공기까지 다 가벼이 가라앉았다.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도 정말 많았다. 

유모차를 끌고 혹은 공을 들고.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도 공을 뻥- 뻥- 차도 앞마당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바로 옆에 숲도 있다.

아이들 틈에 껴 아이들마냥 이것저것 해본다.

숲 산책은 언제나 옳다.


캐슬과 캐슬을 둘러싼 드넓은 들판과 숲을 벗어나 마을 구경도 했다.

캐슬이 유명하기도 하고 그 주변만 쉬엄쉬엄 산책해도 시간을 즐기기엔 모자람이 없어서 시간이 많이 없는 사람들은 캐슬만 보고 가기도 한다.

우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도는 학생들이었어서 마을까지 갔는데 워낙 작은 곳이라 그게 그리 힘들지도 않다.

더블린은 외곽 마을에 이렇게 요트가 많다.

아일랜드 날씨는 흐렸다 맑았다를 몇번이고 반복하고 번복한다.

그러다보니 하늘에 회색구름, 하얀구름이 한꺼번에 뒤섞여 있기도 하고

겹겹이 쌓인 구름들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


그땐 그렇게 흐리면 흐린대로, 맑으면 맑은대로,

흐렸다 맑아지면 흐렸다 맑아지는대로, 맑았다 흐려지면 그냥 그런대로, 

그러다 그 사이를 뚫고 빼꼼히 나온 빛에 감탄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좋은 날만 고대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반성해야지.





더블린에서 살 때 바다가 있는 마을과 도시를 많이 여행했던 것 같다.

더블린이 바다와 맞붙은 도시라 바다가 그리울 일도 없었을텐데 왜 그리 바다가 좋던지.

그래서 아일랜드에 갔었던 것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