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목의 인생담

2009.Winter.Frankfurt.건물들 본문

삶은 여행/독일

2009.Winter.Frankfurt.건물들

영화로운 나무 2016. 10. 10. 01:28

내가 처음으로 본 프랑크프루트는 이랬다.

추운 겨울이었고

눈도 많이 왔을 때였다.

온통 흰 세상이었지만

자박자박 눈이 녹을 때쯤엔

회색빛 도시의 모습도 어지간히 녹아있었다.

오묘한 도시다.

오래된 건물과 다분히 현대적인 건물이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듯

잘도 뒤엉켜있다.

사실 나는 이것들이 완벽히 잘 어울리는지 조금은 어색한 건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오래된 것들이 굉장히 잘 보존되어 있고

또 존경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Gutenberg Memorial

금속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를 기리는 기념비다.

사암으로 만들어진 고딕 양식의 이 동상은 보시다시피 세 명의 인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구텐베르크

그와 함께 일했던 인쇄업자(printers) 한스 퍼스트(Hans Fust)

그의 후원자(patrons) 피터 스코퍼(Peter Schöffer)이다.

윗부분의 커다란 세 명의 동상도 멋지지만

아래부분에 정확히 사방으로 네 코너에 우두커니 앉은 듯 중앙을 둘러싼 동상들도 

윗부분 보다는 작지만 무게감이 꽤나 강한 것이 심오한 느낌을 준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 의미가 깊다.

각각 신학(theology), 문학(poetry), 자연과학(natural sciences), 산업(industry)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쇄술을 발명하게 된 주된 요인이 된 학문들을

비유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보티첼리의 전시회 소식인가보다.

당연스레 사진을 찍어보는데

하필 그옆에 강렬한 원숭이 포스터가 나를 피식- 웃게 만든다.

보티첼리의 우아하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원숭이의 원시적이고 차가운 색감의 그림이

 대조되어 참 재밌다.

St.-Katharinenkirche

성 카탈리나 교회

프랑크프루트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회

바로크 양식


하지만 저 아름다운 교회보다 나의 이목을 더 끌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저 여인의 코트, 코트, 코트

내가 스페인에 갔을 때

그 고혹적인 패턴에 몸둘 바를 모르고 매장을 허우적대며 싸돌아댕겼던

데스이구알(Desigual) 무늬드아.. ㅠㅠ

코트는 배낭여행자의 신분으로 너무 비싸서 쉽게 포기했지만

다행히 여름에 간 탓에

(다행이라 말하고 탓이라 그르친다 ><ㅋㅋ)

여름 원피스랑 청바지, 특히 청바지에 새겨진 그 무늬들이

너무 특이하고 맘에 들어서 꼭 사고 싶었는데

벼르고 벼르다 못사고 왔더니..

하아..

겨울이니만큼

크리스마스 마켓이 화알짝-

가끔 딱딱해보이는 저 정형적인 건물들도

크리스마스 마켓과 함께라면

언제나 더 돋보이는 것 같다.

괜히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이랄까*

저런 건물들은 정말 내 스타일이다!

네모네모만 하지 않고

계단식으로, 하지만 부드러운 곡선까지 가미해서 올라간 저 면들 끝에는

디테일한 천사(가 아니라 기사인가?) 장식도 있다.

어여쁘다 아주.

어디든 회전목마만 있다면

아름다워 보이는 법인데

손잡고 걷는 노부부까지..

나는 분명 혼자인데도

가슴이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손잡고 걷는 노부부가 

정말 좋단 말이야 ㅠㅠ♥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겨우 쿠키 하나가

오래된 건물과,

크리스마스 마켓 상점들,

그리고 불빛들,

오가는 사람들과 말이다-

건물 높이만한 크리스마스 트리*

솔직히 디게 예쁜 트리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저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과 함께 겹쳐

반짝반짝

크리스마스를 알려주는 상징과도 같은 거니까

여행간 자는

또 그저 좋아라하였다.


그나저나 

그와중에 저 뒷편에 듬직하게 자리잡은,

저리 재미나게 생겨가지고

건물 모양 자체가 마치 크리스마스 같은

저 요상한 건물은 무엇인고?

Römer 

중세시대 건물로

구 성 니콜라스(Old St. Nicholas) 성당 반대편에 위치.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랑크프루트의 시청(Rathaus)으로 열일해왔다.

상인이었던 뢰메르 가문이 두 번째 건물인 '금빛 백조(Goldener Schwan)'와 1405년 3월 11일, 시의회에 매각했다.

이후 시청으로 탈바꿈되어 쭈욱- 사용되고 있다.

The Haus Römerthe Römerberg(a plaza; 저 광장)에 위치한 세 개의 세트 중 가운데 빌딩이다.

[출처: 우리 모두의 Wikipedia]


진짜 이건 반칙이다.

이게 시청이란 걸 알았을 때

나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게 시청이라니-


너무 특이하잖아 ㅠㅠ

시청답지 않아서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전통적이기까지 하면서

모던한 면이 아예 없지도 않고

시청 건물 치고는 그래도 좀 너무 심플하지 않은가 싶다가도

은근히 디테일한 부분에 아기자기한 면도 있다.


특이한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래 프랑크프루트 너,

시청만큼은 잘 두었다.


뭔지 알아볼 수 없는

독일어는

내가 뭔 뜻인지 모르니까

괜히 또 느낌있어 보이는 거겠지-



뿅*

'삶은 여행 > 독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Spring.Frankfurt.Niederrad  (0) 2018.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