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목의 인생담

15년만의 롯데월드 본문

꽃다운 육아 고찰 /성장, 바람같이

15년만의 롯데월드

영화로운 나무 2024. 2. 17. 22:41

롯데월드에 처음 가본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 매우 어릴 적이었다. 그리고 기억이 나는 마지막 방문은 약 15년 전이었다. 그땐 막 대학생이 되고 남자친구를 사귀고 함께 손잡고 놀러갔었던 때였다. 그때를 기억할 때면 매우 평범하고 행복한 대학시절을 보낸 것 같아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들의 손을 잡고 롯데월드로 향했다. 15년 전과는 달리 나의 희망지는 아니었지만 제주도 사는 촌놈 아들이 꼭 15년 전의 제주에서 막 상경한 촌년 엄마가 원했던 것처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매우 강력하게 원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함께 했다.

아들은 마치 별천지에 온 것 처럼 눈이 휘둥그레지고 목소리톤도 한층 올라간 채로 이것저것 말하고 놀라고 뚫어져라 쳐다보기에 바빴다. 동그란 모양의 커다란 전광판에서 쉴새없이 나오는 광고 영상마저 신기했다. 제주도에도 요즘에는 여기저기 전광판 광고가 꽤 많아졌지만 거대한 크기에 동그란 공 모양이라니! 나도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

아들은 의외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열기구를 타고 천장을 한바퀴 도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느리지만 그 높은 곳에서 보는 광경이 새롭기도 하거니와 그렇게 높은 데서 움직이는 것 자체를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런 아들이 귀여웠다.

나도 15년 전에 똑같이 이 열기구를 탔고 신기하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지금, 그때 안보이던 것 하나가 더 보였다. 바로 놀이기구쪽이 아닌 다른쪽 한 벽면에 자리잡은 사무실층이었다. 정확히 사무실인지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지만 꿀벌집처럼 쭈르륵 늘어선 여러개의, 여러층의 네모난 창문 하나하나는 분리된 방 같았고 어떤 방에는 책상이, 어떤 방에는 하얀 칠판이, 또 어떤 방에는 책장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느낌의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 이 수많은 기구들과 이벤트, 예산과 직원들을 관리하려면 또 그만큼 수많은 직원들이 수많은 일을 하고 있겠지!

어릴 땐 보이지도 않던 사무실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업무였지만, 그때 만약 생각을 했어도 “우와, 이런 놀이동산에서 일을 하다니! 재밌는 광경을 매일 보면서 일하면 좋겠네~”하고 감탄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 시끄러운 광경이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반복되는 일상은 또 얼마나 지겨울까. 아니, 누군가는 즐기고 있겠지만 나의 일하는 태도가 반영된 생각이겠지.

여하튼 15년만의 롯데월드에선 나의 최애 바이킹과 롤러코스터를 포기하고 아들과 열기구도 타고 모노레일도 타고 파라오의 분노도 난생 처음 타보고 아들 수준에서는 가장 겁을 냈던 후룸라이드도 함께 타는 영광을 누렸다. 이를 영광이라 하는 이유는 나도 맨처음 가장 무서웠던 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누구랑 어떤 상황과 분위기에서 탔는지 꽤 어렸을 때 기억인데도 생생하게 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2박 3일로 놀러간 서울이라 우리는 롯데월드에 시간을 그리 많이 투자할 순 없었다. 원래 하루를 다 투자할까 하다가 어차피 방학 기간이라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하여 과감하게 매직패스를 끊고 평일 반나절만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매직패스 가격이 꽤나 후덜덜하여 그냥 아들에게 네가 원하는 걸 즐기려면 이렇게나 기다려야 한다는 교훈을 줄까.. 하다가 내가 너무 지칠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래서 4시간 반을 머물렀는데 5기구를 탔다. 기다리는 줄을 보니 매직패스를 안끊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2월 끝자락, 방학의 계절에는 학생도 많고 커플도 많고 가족 단위가 정말 많았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들도 정말 많았다. 하나의 놀이기구에 줄이 몇백미터씩 이어지는데 대기시간을 표기해둔 안내판에 붙은 숫자들은 정말 내눈을 의심케했다. 줄의 초기 부분인데 100분이었다. 그럼 맨 뒤 사람들은 20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긴데 단 하나의 기구를 잠깐 타기 위해 그 시간을 투자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옛날에도 이 정도였나? 믿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