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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목의 인생담
부활절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같이 영국에서도 아주 큰 명절이다. 우리가 설에,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듯이 영국 사람들도 저마다의 설렘과 약간의 진부함을 가지고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우리가 설에, 추석에 고향을 피하기도 하듯이 영국 사람들도 고향을 향하는 대신 파티에 흠뻑 취하기도, 해외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세 번째 부활절은 첫 번째, 두 번째와는 달리 타지의 우리집에 머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저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하지만 절대 여느 주말과 같을 수는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겨우 이틀과 Easter Friday, Easter Monday를 포함한 무려 사흘의 기간이 어찌 같은 기분일 수 있으랴! 나는 너무너무 설렜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
2019년 3월 어느 날의 일기. 일을 하다가 바람을 쐬러 나갔다. 다행히 근처에 공원이 있으니. 바람은 불지 않았다. 바람이 불 것 마냥 온 하늘이 회색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비가 온 후라 공기가 촉촉했다. 큰 비는 아니었고 그저 보슬거리는 가벼운 비였으리라. 흙밭이 푹 푹 꺼지지는 않아서 들판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에까지 도달했다. 나를 그리로 이끈 것은 놀라움이었다. 이렇게 낮고 작은 나무가 벚나무였다니! 내가 지금껏 봐 온 벚나무와는 사뭇 달랐다. 내 고향 제주에는 키 크고 가지가 풍성하게 뻗어나간 벚나무들 천지인데 어찌 이리 내 키만치 작고 가지가 엉성한지. 그동안 오가며 자주보던 그 나무에 봄을 알리듯 쭈뼛쭈뼛 피어난 벚꽃을 보고야 알아챈 것이다. 그마저도 비에 젖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올 것이 왔구나! 평소에는 전기는 아껴써야지 노래를 부르며 쓸데없이 켜진 불을 끄고 다니면서도 거리 여기저기를 가득 매운 크리스마스 전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그빛은 왜 이리도 기특한지 모른다. 온 매장을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상품들은 또 어찌나 소모적이고 일시적인 것들 일색인지 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에도 꾸준히 나와 남편의 자본주의 비판은 계속되지만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데는 여느 때없이 신중하고 진중하다. 이번 크리스마스 명절에는 남편과 아이만 시댁에 가기로 했다. 시댁에서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설이나 추석처럼 말그대로 명절이다. 나도 오길 당연히 바랐지만 여러 사정상 이번에는 건너뛰기로 했고 시댁에서도 크게 개의치는 않으신다. 그리고 그 사정에는 직장도 있고 비용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