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산문
- 바다 #파도 #섬
- 일기
-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곁에 남기로 한 것
- 아이를낳다
- 초가을
- 순간의기억
- 내가생각한것들
- 시간의기록
- 나의위로
-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여행 말라하이드 캐슬
- 독일
- 사회변화
- #메이 #내각개편 #영국정치 #영국시사 #영국사회
- 생명의탄생
- gas lamps
- 프랑크프루트
- 제이 #누가그녀들에게입맞추고가였는가
- #제주 #조산원
- 오래된 것
- 선우정아
- 눈쌓인
- 단상
- 산책길
- 봄처녀
- 오늘의생각
- 순간의기록
- 산고
- 시그널 OST
- #아기 #출생 #분만후 #고찰
- Today
- Total
나무 목의 인생담
아이가 뜬금없이 말했다. "엄마, 예뻐." 내가 아이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지후야, 너는 어쩜 이렇게 예뻐?"인데, 여기에 덧붙여서 "엄마도 예뻐?" 물어보면 '응'이란 간결한 대답 혹은 '응. 엄마도 예뻐'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과 적절한 맥락이 없는 뜬금없이 일방적인 '엄마, 예뻐'라니. 나는 몇초 간 어쩔 줄을 몰랐던 것 같다. 아무 말도 없이 이런저런 간소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찰나의 고백은 나를 충분히 울렁이게 했다. 조금은 공허한 마음인 나의 요즘 상태의 영향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지만 마냥 평온한 상태의 나였어도 이렇게 팔랑팔랑 여린 나비같은 생명체로부터 태풍같이 훅 들어온 공격에는 분명 놀랐을 것이다. 벅차다.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내가 이제..
부활절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같이 영국에서도 아주 큰 명절이다. 우리가 설에,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듯이 영국 사람들도 저마다의 설렘과 약간의 진부함을 가지고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우리가 설에, 추석에 고향을 피하기도 하듯이 영국 사람들도 고향을 향하는 대신 파티에 흠뻑 취하기도, 해외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세 번째 부활절은 첫 번째, 두 번째와는 달리 타지의 우리집에 머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저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하지만 절대 여느 주말과 같을 수는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겨우 이틀과 Easter Friday, Easter Monday를 포함한 무려 사흘의 기간이 어찌 같은 기분일 수 있으랴! 나는 너무너무 설렜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
2019년 3월 어느 날의 일기. 일을 하다가 바람을 쐬러 나갔다. 다행히 근처에 공원이 있으니. 바람은 불지 않았다. 바람이 불 것 마냥 온 하늘이 회색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비가 온 후라 공기가 촉촉했다. 큰 비는 아니었고 그저 보슬거리는 가벼운 비였으리라. 흙밭이 푹 푹 꺼지지는 않아서 들판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에까지 도달했다. 나를 그리로 이끈 것은 놀라움이었다. 이렇게 낮고 작은 나무가 벚나무였다니! 내가 지금껏 봐 온 벚나무와는 사뭇 달랐다. 내 고향 제주에는 키 크고 가지가 풍성하게 뻗어나간 벚나무들 천지인데 어찌 이리 내 키만치 작고 가지가 엉성한지. 그동안 오가며 자주보던 그 나무에 봄을 알리듯 쭈뼛쭈뼛 피어난 벚꽃을 보고야 알아챈 것이다. 그마저도 비에 젖었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