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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목의 인생담
시간 : 2021년 11월 22일 아침 9시 반. 날씨 : 흐림. 우중충한 구름이 반, 중간중간 햇빛 머금은 맑은 하늘이 반. 여하튼 미세먼지 데려가 줄 비는 안오고.. 기분 : 요상함. 우중충함.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매우 좋은 것도 아님. 코로나 때문에 멀리 여행을 못 간 지 꽤 되었다. 나의 이 요상하고 우중충한 느낌은 과연 그런 것에서 오는 결핍일까. 그래도 작년 여름에는 지후랑 우도에 가서 1박까지 하고 오고 이번 여름에는 이 바다 저 바다 많이도 가서 놀았는데 단순한 여름시간*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어젯밤에는 2019년의 사진을 들여다보다 잠을 잤다. 지후랑 스페인으로 떠났던 여행 사진들이었다. 너무 예쁜 우리 모습에 행복했다. 그리고 지후한테 너무나도 고마웠다. 지후는 정말..
나를 항상 설레게 하는 노래 지금의 나에게 백예린이라는 뮤지션이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는 J 가 있었다. 지금 백예린의 목소리가 내 마음 속에서 반짝반짝거리듯 그때 내 마음 속에서 반짝반짝거리던 제이의 목소리는 내 낡은 일기장에 그대로 박혀있고 그녀의 노래를 다시금 펼쳐들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일기장에 그려진 빛바랜 별 하나가 튕겨나와 세월의 꼬리를 반짝거리며 나의 마음에 그대로 날아드는 것이다. 미로 안의 Alice 누가와서 입맞추나 Ruby 구두 Dorothy 누가와서 입맞췄나요 Springfield Homer Simpson 왕자가면 쓰고서는 krusty Burger 가다가 뽀뽀하고 가지요 숲속의 Top Rapunzel 누가와서 입맞추나 어제처럼 J 누가와서 입맞췄나요 Springfield Hom..
요즘 우리가 자주 하는 흡사 꽁트풍의 대화가 하나 있다. "아이야, 사랑해" "나도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내가 더, 더 사랑해" ... 이렇게 무한반복되는 싸이클 속에서 아이는 변주를 시도한다. "바다만큼 크게 사랑해" 그럼 나는 "바다 위 하늘만큼 높이 사랑해" 라고 받아치고 웃음으로 무마할 줄 알았던 아이는 하늘에 그치지 않고 우주까지 뻗어나간다. 우주의 광활함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7살의 작은 아이. 그런데 며칠 전 또다른 진부한 변주에 나는 조용히 놀랐다. "엄마가 날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걸 어찌 알고..' 너무나 당당한 아이의 엄포에 코웃음이 피식 났다. 하지만 그런 걸 비웃으면 아이의 마음이 다칠 수도 있다는..
한번은 케이블카를 타고 구경하러, 또 한번은 걸어서 헥헥 운동삼아 다녀왔다. 케이블카로 올라갈 때 뒤돌아 본 모습이란! 오르면서도 다 오른 후에도 꽃이 계속 보였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특히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이름모를 노오란 색 꽃,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도심 전경. 내 기준에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는 그리 이쁜 도시가 아니다. 그렇지만 화려하면서도 오밀조밀한, 그 다양한 꽃들이 애써 도심의 삭막함을 이쁘게 감싸안아 주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몬세라떼의 상징. 어떤 날은 아주 금새 안개가 껴 사방의 풍경을 가로막기도 하는데 그래도 그 어떤 배경에도 맘에 드는 하얀 벽이다. 오려낸 듯한 사각형에 매달린 종도 어여쁘고 불규칙적인 모양에 질서없이 올라탄 풀들도 참 좋다. 날씨..
아이가 뜬금없이 말했다. "엄마, 예뻐." 내가 아이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지후야, 너는 어쩜 이렇게 예뻐?"인데, 여기에 덧붙여서 "엄마도 예뻐?" 물어보면 '응'이란 간결한 대답 혹은 '응. 엄마도 예뻐'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과 적절한 맥락이 없는 뜬금없이 일방적인 '엄마, 예뻐'라니. 나는 몇초 간 어쩔 줄을 몰랐던 것 같다. 아무 말도 없이 이런저런 간소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찰나의 고백은 나를 충분히 울렁이게 했다. 조금은 공허한 마음인 나의 요즘 상태의 영향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지만 마냥 평온한 상태의 나였어도 이렇게 팔랑팔랑 여린 나비같은 생명체로부터 태풍같이 훅 들어온 공격에는 분명 놀랐을 것이다. 벅차다.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내가 이제..
부활절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같이 영국에서도 아주 큰 명절이다. 우리가 설에,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듯이 영국 사람들도 저마다의 설렘과 약간의 진부함을 가지고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우리가 설에, 추석에 고향을 피하기도 하듯이 영국 사람들도 고향을 향하는 대신 파티에 흠뻑 취하기도, 해외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세 번째 부활절은 첫 번째, 두 번째와는 달리 타지의 우리집에 머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저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하지만 절대 여느 주말과 같을 수는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겨우 이틀과 Easter Friday, Easter Monday를 포함한 무려 사흘의 기간이 어찌 같은 기분일 수 있으랴! 나는 너무너무 설렜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
2019년 3월 어느 날의 일기. 일을 하다가 바람을 쐬러 나갔다. 다행히 근처에 공원이 있으니. 바람은 불지 않았다. 바람이 불 것 마냥 온 하늘이 회색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비가 온 후라 공기가 촉촉했다. 큰 비는 아니었고 그저 보슬거리는 가벼운 비였으리라. 흙밭이 푹 푹 꺼지지는 않아서 들판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에까지 도달했다. 나를 그리로 이끈 것은 놀라움이었다. 이렇게 낮고 작은 나무가 벚나무였다니! 내가 지금껏 봐 온 벚나무와는 사뭇 달랐다. 내 고향 제주에는 키 크고 가지가 풍성하게 뻗어나간 벚나무들 천지인데 어찌 이리 내 키만치 작고 가지가 엉성한지. 그동안 오가며 자주보던 그 나무에 봄을 알리듯 쭈뼛쭈뼛 피어난 벚꽃을 보고야 알아챈 것이다. 그마저도 비에 젖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올 것이 왔구나! 평소에는 전기는 아껴써야지 노래를 부르며 쓸데없이 켜진 불을 끄고 다니면서도 거리 여기저기를 가득 매운 크리스마스 전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그빛은 왜 이리도 기특한지 모른다. 온 매장을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상품들은 또 어찌나 소모적이고 일시적인 것들 일색인지 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에도 꾸준히 나와 남편의 자본주의 비판은 계속되지만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데는 여느 때없이 신중하고 진중하다. 이번 크리스마스 명절에는 남편과 아이만 시댁에 가기로 했다. 시댁에서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설이나 추석처럼 말그대로 명절이다. 나도 오길 당연히 바랐지만 여러 사정상 이번에는 건너뛰기로 했고 시댁에서도 크게 개의치는 않으신다. 그리고 그 사정에는 직장도 있고 비용도 있지..
아이가 2살 때까지 독박육아를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남편이, 친정 어머니가, 언니가 많이 도와주었다. 3살이 되던 해 타국으로 나와 살게 되었다. 그때부터 독박육아가 시작되었다. 그리 완전한 독박도 아니었던 게 남편이 공부하러 온 것이어서 학생의 신분인지라 수업이 없을 때는 육아를 했다. 어떤 날은 나보다 더 많이.그래서 내가 독박육아를 했을 때는 단연코 남편의 시험기간, 논문 마무리 기간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독박은 독박인지라 힘들 때가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그 잠깐이 생리기간의 우울감과 변덕스럽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짜증, 저조하다 못해 저질스러운 체력 상태 및 엉망진창인 영국의 겨울날씨와 적절히 어우러지면 세상 이보다 더 힘든 고난이 없다. 그날도 어김없이 우중충한 날이었다. ..
이것은 내가 너무 친애하는 자들에게 내가 구질구질 늘어놓는 '왜 자주 연락을 못하는가'에 대한 나의 변명이다. 정말 내가 진심으로 위하는 이들만을 칭한다. 그리고 한낱 SNS를 통해서 하는 가벼운 연락이 아닌 무거운 연락을 말한다. 물론 그런 가벼운 연락이 얼마나 편리하고 필요하고 소중한지 잘 알지만 나는 또다른 연락을 항상 꾀한다. 바로 엽서나 편지를 통한 연락이다. 이 블로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에게도 굳이 알려지지 않은 창구라 지금 당장 그 친애하는 자들이 내 변명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혹여나 나중에 보게 되면 이런 사정이 있었다고 굳이 알려주려고 하는 나의 귀여운 애교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이 시점에서 나에게 '관계'란 굳이, 그러니까 내 아껴도 모자랄 체력과 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