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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목의 인생담
말라하이드는 더블린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더블린과 아주 가까운 데다 바다와 맞붙어 있어 세번쯤 갔던 것 같다. 뭐, 더블린도 바다와 맞붙어 있긴 하지만서도. 우중충한 날에도. 하얀 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햇빛이 찰랑찰랑 거리던 날에도. 사실 이곳은 말라하이드 캐슬로 유명하다. 나도 그걸 보러 처음에 갔다. 그 캐슬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날 하늘은 빼곡히 회색빛, 그런데도 어쩜 이리 고즈넉하고 따뜻하던 지. 이런 분위기가 좋아 그 작고 작아 별볼일 없던 마을을 또 찾았던 것 같다. 노부부. 멀리 서서 잠깐씩 서로를 카메라에 담는 그 별것도 아닌 행동이 나는 왜 이렇게 설렐까. 입구에서 캐슬을 가까이 마주하고 보면 이렇다. 아래 사진은 다른 날 가서 찍은 거다. 바로 햇볕이 들던 날. 하늘이 회색빛..
아파트 베란다에 눈에 확 띄는 플랜카드를 걸지를 않나시퍼런 궁서체가 박힌 기념 수건을 만들지를 않나어쩜 이리도 재기발랄한 방법으로 MB 구속을 축하할 수 있는지 존경스런 마음으로 감탄하고 있다. 그들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나는 고작 예전부터 올리고 싶었던 (나름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노래 가사 하나를 올리며 기념하려고 한다. 이 노래를 알게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우선, 가사가 참 좋았다. 멜로디도 좋지만 나에게 이 노래의 첫인상은 단연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가사였다. 그런데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어려운 시절에 쓴 곡'이라는 정보를 접했다. 그러고보니 '어떻게 할거야', '어떻게 하자'라는 말이 대부분이니 편치 않은 현재에 희망적인 미래를 그렸다고 하는 것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그렇게 생각하고 듣자..
2012년 12월 19일,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날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예상치못한 결과로 인한 충격이 너무 컸고그 충격은 여느 때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혹은 조금 다른 종류의 충격이었기에그렇다. 그날의 날씨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카페창밖은 분명 어둑어둑했다.내 얼굴은 그 어스름 속 환한 카페 불빛 아래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몇십분 째 지켜보고 있던 개표 방송은 이상하리만치 나를 긴장되게 했다.원래 이렇게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들 개표가 아닌데이 후보와 저 후보의 대결이 이렇게 치열해서는 안되는 것인데내 얼굴은 이미 평정심을 잃고 시간이 지날수록 발갛게 달아올랐다.그리고 결과가 확정되는 순간유력하다는 문구가 나올 때부터 벌렁거리던 내 가슴은,실낱같던 희망을 붙잡고 있던 내..
"Massacre of the Middle-Aged (White) Men" 메이가 '우리 나라와 더 닮은(more like the country)' 정부를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로 내각을 개편한 이후 편의점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이러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둘째가라면 서러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내각 개편의 방향은 그야말로 '더 영국 같은' 구성; 바로 더 다양한 인종(특히 소수 인종)과 더 많은 여성 멤버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기존에 있던 중년의 백인 남성들이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1월 10일에 편의점에서 마주한 신문은 'the Daily Mail'이었다. 한편, 'the Times'에서는 “여성과 소..
다시 가을이 돌아왔다.1년 전 우리는 따뜻한 가을의 한국에 있었고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나오고보니 너무나도 짧았던 1년이 지나고또다시 돌아온 가을의 계절에우리는 지금, 겨울마냥 추운 가을의 영국에 있다.봄은 항상 돌아오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작에 가슴뛰기 바쁘다.여름도 항상 돌아오지만 우리는 뜨거운 태양을 사랑하기에 그것을 즐기기에 바쁘다.항상 돌아오는 겨울은 그 차가움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어루만짐에 동조하기 바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필 가을에, 마음에 짬이 나서 사진을 뒤적이고 글을 끄적인다. 사랑한다는 우리 사이에또 사랑한다는 작은 인간이 등장했다.여기서 '사랑한다'는 말은 마치 남이 말하듯 흘려보내는 투가 아니라너무 깊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말이라 괜히 그 무게를 더하고 싶어 돌..
아이를 낳는 그 순간, 그 순간의 기억을 담고 싶다. 출산을 하고 친구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얼마나 아파?'다.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 구체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출산 전에는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관해 진지하게 상상해본 적이 없다. 추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얼마나 아플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프기야 하겠지. 근데 '얼마나' 아플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엄마한테 물어본 적 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아팠어?'라는 당연하고 뻔한 질문을 기대한 나에게 꽤 많은 친구들이 대체 '얼마나' 아프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신나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아프긴 진짜 아프다. 근데 그 아픈 정도가 말로 글로 아무리 해봐야 표현이 안될 정도로 아픈 것이다. 차..
어쩌다 보니새해에 맞춰 이 폴더에 글을 쓰게 되네. 오늘 일터에서 폰으로 간간히, 그러나 요즘은 자주 뜨는 속보를 접했다. 세간의 화제인 정유라 체포 소식 -드디어 되어야할 것이 되었구나! 짧은 환희와긴 환란의 연속. 그녀가 그간 터트렸던 수많은 발언들이,우리를, 아주 평범하게 살아 온 우리들을,나를 믿고 열심히, 우리가 발 딛고 살아 온 이 사회를 나름 착실히 믿고 살아 온 우리를 경박하고 간단한 말들로 짓밟아버린 그녀가 너무 미웠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허무하기도 하고,아직 죄값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녀를 이미 심판한 듯 괜히 통쾌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정유라가 온갖 정당한 비판과과도한 비난을 한몸에 받을 때부터 계속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다. 그녀는 그렇다치고그녀의 아들은? 나는 지금도..
앨범명: 陰謨論 (음모론), 그리고 그 이전에 또다른 명곡, 나의 사랑 EV1과 함께 EP로. 다음(Daum)에 나와있는 노래 설명:[출처] http://music.content.daum.net/albums/296161글 ㅣ 사운드홀릭 ENT. / #159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차갑고 무겁게, 때로는 뜨겁게 유영하는 밴드 자우림이 그들의 8번째 숲 [음모론]. 이 숲에는 이름 모를 공모자들에 의해 숨겨진 세상의 몇 가지 이야기들 즉, 우리가 알지만 규명할 수 없었던 격동적인 사건들에 대해 모른 척 넘겨버리거나 고개를 돌리고 질끈 눈을 감아버린 이야기들이 날카롭고 위트 있게 메아리치고 있다. 본격적으로 숲에 빠져들기 전, 자우림은 친절하게도 ‘PEEP SHOW’와 ‘EV1’이라는 게이트를 먼저 개방하기..
내가 처음으로 본 프랑크프루트는 이랬다.추운 겨울이었고눈도 많이 왔을 때였다.온통 흰 세상이었지만자박자박 눈이 녹을 때쯤엔회색빛 도시의 모습도 어지간히 녹아있었다.오묘한 도시다.오래된 건물과 다분히 현대적인 건물이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듯잘도 뒤엉켜있다.사실 나는 이것들이 완벽히 잘 어울리는지 조금은 어색한 건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분명한 것은오래된 것들이 굉장히 잘 보존되어 있고또 존경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Gutenberg Memorial금속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를 기리는 기념비다.사암으로 만들어진 고딕 양식의 이 동상은 보시다시피 세 명의 인물로 이루어져 있는데,각각 구텐베르크그와 함께 일했던 인쇄업자(printers) 한스 퍼스트(Hans Fust)그의 후원자(patrons) 피터 ..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6072201528&Dep0=m.facebook.com 핸드폰 인터넷 창에 몇 달 째 닫히지를 못하고 배터리며 용량이며 머 이것저것 소모하며 버팅기고 있던 주소창 하나. 얼른 블로그에 옮기고 그만 내 너를 고이 접어 닫아주리라- 배우 윤정희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를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윤정희라는 이름이야 머 오다가다 몇 번 들어본 것 같지만 내 나이 아직은 20대 익숙한 얼굴일리 만무하다. 백건우라는 이름은 내가 만삭 때, 친정에 머물고 있었는데 제주, 그 따뜻한 바다의 한 항구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공연을 하셨을 때 피아니스트로서 처음 알게되었다. 그런 그둘을 부부로서 알게된 것도 같은..